홍위병에 대한 oldman님의 글을 보니 작년 읽었던 '우붕잡억'이 생각나더군요.
북경대의 한 노교수가 문혁 기간에 겪은 고초를 서글프면서도 잔잔하게 펼쳐 써 내려간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문혁의 무시무시함을 가장 잘 느끼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이걸 보면서 '중국'이 '짱깨'가 돼 버린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문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업시간에 제출한 리포트로 감상문을 대신합니다. ^^;
< 우붕잡억: 그 때 중국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문화대혁명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다. 신해혁명 이후의 중국 현대사는 아직까지 대중적으로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아 출간된 책이 몇 권 없는데다가 문혁이 벌어진 1966년~1975년은 중국이 세계와 차단돼 있었던 때라 외부에 공개된 정보가 없어서인지 문혁을 심층적으로 다룬 연구서도 찾기 어려웠다.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한 정보는 정치 투쟁에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라 실제 문혁을 체험한 사람들의 체험기는 구하기 쉽지 않았다. 40년 전에 벌어진, 아직 역사에 뭍히기에는 너무 이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기록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문혁에 대한 수기를 찾아보니 두, 세권 정도를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우붕잡억”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이 내 관심을 끌어 책 소개를 살펴보니 북경대 동양학부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던 계선림이라는 노교수의 문화대혁명 체험기였다. 주제에 걸맞는 책을 찾았다고 생각해 대출 후 읽어보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간접 체험한 문혁의 실상은 실로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우붕(牛棚)’이란 외양간이란 뜻이지만 여기서는 문혁 당시 타도의 대상이었던 지식인들을 수용했던 가건물을 뜻한다. 문혁 초기였던 1967년, 학내정치투쟁에 휘말려 타도된 계선림은 북경대 안에서 격렬한 비판 투쟁에 휘말려 린치나 강제 노동 등 갖가지 고초를 겪다가 인간이 살 만한 곳이 안 되는 우붕에 수용돼 6개월 가량을 생활한다. 우붕에서 풀려난 후, 한 때의 노교수께서 학교의 경비원 생활을 하다가 - 그 와중에도 인도의 서사시 ‘라마야나’를 번역한다. - 문혁의 끝을 맞이하게 된다.
문혁의 기억은 중국에서도 기억하기 싫은, 망각의 세계로 떠밀어버리고 싶은 생채기인 듯하다. 저자인 계선림은 문혁이 끝난지 20년이 다 돼 가는데도 - 이 책은 1992년에 쓰였다. - 문혁의 피해자는 물론 당시 40대~50대가 됐을 가해자들도 당시를 기억하거나 회고하는, 또는 반성하는 글들이 나오지 않는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급기야는 90이 다 된 노구를 이끌고 스스로 절대 되살리고 싶지 않았을 당시의 기억을 책으로 풀어넣기 시작한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없었던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책의 분위기는 암울하거나 복수심에 가득 차 있지 않다. 저자의 연륜을 바라볼 수 있는 대목인데, 그 당시의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분위기, 어제까지 자신들이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자본주의자, 반혁명자라는 모자가 씌워지고 냉혹하게 비판당하며 구타나 강제노동을 당한 그 경험을, 책을 읽다가 때로는 웃음이 나올 정도로 익살스럽게, 때로는 눈물이 날 정도로 서글프게 그리고 있다.
대체 무엇이 중국의 엘리트들이 모인 북경대를 야만이 지배하는 장소로 탈바꿈시켰을까? 학생들이 교수를 비판하고, 저학년이 고학년의 교재를 편집하는 웃지 못할 상황은 왜 벌어졌을까? 글로는 그러한 분위기를 체험하거나 실감할 수 없는 법이다. 문혁은 내게 중국, 중국인, 더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수수께끼를 던져주었다. 수수께끼의 해답은 과연 찾을 수 있을까?




덧글
위장효과님// 저도 제목은 기억이 안나고 부제만 기억이 나는데... "상해에서의 생과 사"라는 또다른 책도 꽤나 좋은 평가를 받더군요. 지주 출신의 여성이었는데 문혁 과정에서 처절할 정도로 박해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도 추워서 이빨을 깨물다가 이빨이 빠졌다고 하더군요. -_ㅜ
어부님// 중화 5천년의 몰락을 웅변하는 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
oldman님// 문혁은 그 시기와 중요성에 비해 너무 알려진 게 적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적은 사실들도 너무 끔찍하지만 말이죠...
이 문혁을 자신의 책에서 칭찬했던 것이 기억나내요.
'웅장한 인간개조의 실험, 인간제일주의, 보다 깊은 민주주의'라고 자신의 저서에서 찬양했었던...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04148.html 에서 봐도 중국 문혁에 대한 자신의 잘못된 관점을 도무지 고칠려고 하시지 않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