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잡담 몇마디 야구와 기타

1. 의외로 우리 대표팀이 역대 최고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제 기억엔 2000년 시드니 대표팀이 역대 최고의 대표팀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WBC는 좀 느낌이 달라서...) 이번 대표팀이 이제 그 자리를 빼앗아 버렸네요.

파X볼의 모 유저님이 "이번 대표팀을 역대 최강으로 본다."고 하셨었는데, 그 때는 반신반의했었습니다. 지금은 그저 감탄을 보낼 뿐... ^^;

2. 혼블로워에서, 레이디 바바라가 호레이쇼 혼블로워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를 하고 어디까지를 운에 맡겨야 하는 지 아는 당신이 명장이다."라고 말을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김경문 감독의 투수운용이나 게임 운영이 백 퍼센트 만족스러운 건 아닙니다만, 최소한 운을 자신에게로 끌어오고 있고, 그 운을 이용해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가는 그에게는 이제 '명장'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듯 합니다.

올해 초 위장오더 파문 이후로 그닥 좋아하는 감독은 아닙니다만... ^^; 인정할 건 해야죠.

3. 결과론, 결과론. 야구만큼 결과론이 잘 통하는 종목도 드문 듯 하네요.

캐나다전의 류현진 완투, 승부처에서의 연속적인 한작가 투입, (결과적으로 이와세의 실책을 이끌어냈지만) 이대호의 희생번트 등 김경문 감독의 작전은 무리가 많았지만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칭찬 일색인데...

올해 초 예선전처럼 이와세를 길게 끌고가다 그때와는 정반대로 역전을 허용한 호시노는 반 년만에 '명장'에서 '바보'로 추락 -_-;

4. 한작가...

워렌 스판의 말대로, 히팅은 타이밍이고 피칭은 타이밍 흐트러뜨리기입니다. 그리고, 타자의 타이밍을 흐뜨러뜨리는 데에는 수많은 방법이 있죠. 각 투수마다 고유의 피칭 방법이 있을 겁니다.

야구 만화에서 보는 것처럼 150km 이상의 속구, 머리에서 무릎까지 떨어지는 구속차 40km 이상의 변화구, 바깥쪽에서 무릎쪽으로 떨어지는 칼같은 서클 체인지업, 이 세 가지 구종을 마음먹은대로 뿌릴 수 있는 제구력을 갖춘 수퍼 투수만이 에이스가 되고 마운드를 지배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구위가 형편없어도 제구력으로, 제구력이 형편없어도 불같은 강속구로, 아니 둘 다 형편없어도 영리한 타자상대 요령으로 타자를 덕아웃으로 되돌려보내는 투수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하여튼 한작가는 150km 이상의 속구를 이용해 타자의 반응속도보다 더 빠른 볼로 승부를 보는 타입이지요. 속구를 받쳐줄 세컨 피치, 서드 피치는 아직 부족하고, 안쪽-바깥쪽의 유효속도 차이를 이용한 효과적인 투구방법도 아직 익히지 못했습니다.

올시즌 한작가의 경기를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더 그렇군요. 하지만 제가 본 리그에서의 한작가는 최소한 자신의 장점인 불같은 강속구를 이용해 타자의 타이밍을 잡아내는 능력이 부족한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안경을 낀 이미지가 좀 연약해 보여서 그렇지, 제가 메이저리그에서 봐 온 마무리라면 능히 전성기의 빌리 카취나 슬라이더 빠진 랍 넨 정도는 돼 보였었죠.

근데 이번 올림픽에서의 한작가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속구의 구위가 죽어버린 것 같습니다. 구속이 문제가 아니라 볼이 정말 밋밋한 느낌입니다. 통타당하면 여지없이 장타로 연결되고 있지요. 원래 좌우를 잘 이용하는 선수도 아니었지만, 유독 가운데로 흘러가는 밋밋한 속구가  많이 보이고 있구요.

마이너 유망주나 NPB의 에이스들을 상대로 속구가 맞아나가는 건 이해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경기를 보진 못했습니다만) 대만의 타자들에게까지 뭇매를 맞는다는 건 문제가 심각해 보이네요. 부상이 있는 건 아닌지, 부상이 아니라면 피칭 밸런스나 기타 다른 하드웨어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체크해야 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심리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제가 볼 땐 신체적인 문제의 존재 가능성이 더 커보입니다.

만약 부상같은 게 아니라면... 이제는 정말 투수 보호에 들어가야 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필라델피아의 미치 윌리엄스는 월드시리즈에서 경기를 날리고 데미지를 견디지 못해 은퇴해 버렸죠. 벌써부터 천지사방(이래봐야 인터넷에서 떠드는 것 뿐이지만)에서 한작가를 까대기 시작하는데... 걱정됩니다.

사실 이러면서 저부터 한작가라고 부르고 있으니... -_-;

5. 진갑용과 강민호...

진갑용의 투수 리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만...

이번 올림픽 대표팀의 강점은 1차적으로 수비(캐나다전의 승리는 이진영의 수비에서 나왔죠.), 2차적으로 몽둥이입니다. 미국에게 7실점, 일본에게 3실점, 쿠바에게 4실점 등 우리는 4강진출 4팀을 상대로 다득점을 허용하고 있지요. 선수들의 이름값과는 달리, 투수력은 현 대표팀의 강점이 아닙니다. 특히, 투수리드가 좋다는 진갑용이 마스크를 쓴 미국전에서 우리는 7실점을 허용했죠.

투수 리드의 가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는데, 저는 투수리드의 가치가 상당히 과대평가받고 있다고 보는 쪽입니다. 포수가 전적으로 투수를 이끌어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 뿐더러, 승부처에서는 벤치에서 직접 사인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구요.

그보다도 포수의 가치는 더 기본적인 데에서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포구, 블로킹, 스트라이크같은 볼이 아니라 볼같은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는 능력 같은 사항이요. 물론 몽둥이까지 더 좋으면 더 할 나위가 없죠.

진갑용이 (심각하진 않다고 합니다만, KBO에서 나온 말이라 전혀 신뢰가 안 가네요. -0-) 부상을 당했습니다. 투수리드 능력이 좋은 그가 토너먼트에서 빠진다면 강민호가 마스크를 써야되는데 벌써부터 전력에 큰 손상이 갔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보입니다.

진갑용과 강민호, 둘 사이에 리드를 제외한 기타 능력의 차이가 얼마나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투수리드 능력의 차이만으로 그 둘 사이에 갭이 크다고 보는 건 조금 오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대표팀의 야수진은 주전과 벤치의 갭이 아주 좁은 게 특징인데, 특히 포수는 주전과 벤치를 나눌 필요가 없어 보일 정도입니다. 단지 경험의 차이가 있을 뿐일 테고, 그 경험의 차이가 출장의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엔 루키였었죠.

진갑용의 부상 때문이건 뭐건, 앞으로 강민호가 비중있는 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한, 두번은 더 쓸 것 같습니다. 그 때 강민호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6. 조1위이지만, 풀리그 종료 후 토너먼트는 새로운 시작이나 다름없죠. 우리는 그걸 WBC에서 너무나 확실히 체험했구요.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미국이 일본보다 더 까다로운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학레벨 최고의 투수인 스트라스버그의 존재만으로도 능히 일본을 뛰어넘는다고 보구요. (야구에 대해서는 미빠라 그런지... ^^;) 또 일본 타자들은 국제대회에서 한 번 삽질하기 시작하면 왠지 오래가는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일본도 한국전 패배는 호시노의 기여가 절반 이상이죠. 다시 한 번 붙는다면 여전히 승산은 일본 쪽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방심하지 말고,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토너먼트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물론 우리들도 과도한 기대, 혹은 승리가 당연하다는 식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겠죠.

WBC와는 달리, 이번에는 끝까지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PS. 투수의 피칭 전략이나 투구법에 대해서는 www.youthbaseball.co.kr에서 판매중인 컨텐츠들을 참고하시면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랜디 존슨, 박찬호, 손혁이 도움을 받았던 NPA에서 연수하신 조용빈님(buntnhr)께서 운영중이신 사이트입니다. 현재는 쉬고 계십니다만, 판매중인 컨텐츠의 질은 야빠들의 야구보는 눈을 몇 단계 올려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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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口笛 2008/08/19 21:16 # 답글

    아이러니하게도, 진갑용이 두산구단에 입단했을때 지적받던 문제를 고스란히 현재 강민호가 받고 있다는 점이지요.

    진갑용이 두산구단에 지적 받았던 포구문제와 블로킹, 그리고 박명환의 변화구 이용문제.. 올시즌 강민호가 지적받던 문제들이 바로 이점들인데 현재 각광받고 있는 한화의 이희근이나 상무로간 이정식등도 향후 계속 주전으로 출전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부딪힐 문제이기도 합니다.

    강민호에 대한 논란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포수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건 인내와 경험인데, 팬들은 그것을 기다리지 못한다" 는 것입니다.

    이희근이 요사이 잘한다고는 하지만 한때 강민호의 그것은 이희근이나 이정식보다 더 뛰어났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논란의 여지는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BigTrain 2008/08/20 08:51 #

    공격은 타고나지만 수비는 어느 정도 경험과 훈련으로 커버가 가능하죠. 느긋하게 기다리면 앞으로 10년은 충분히 한 구단의 주전포수, 더 나아가 국대 주전 자리를 책임져 줄 수 있는데 '지금 바로' 박경완이나 조인성급의 능력을 요구하다보니 말이 많아지지 않나 싶습니다.
  • 산왕 2008/08/19 21:24 # 답글

    그런데 점수준 투수가 늘 같다보니 진갑용 책임이라고는 느끼질 못하겠습니다^^;;
  • BigTrain 2008/08/20 08:53 #

    진갑용이 잡건 강민호가 잡건 좋은 투수는 타자를 잡아내고 나쁜 투수는 두들겨 맞기 마련이죠. 투수리드는 딱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좀 더 좋은 포수는 투수가 좀 더 편하게, 안심하고 던질 수 있게 만드는 포수가 아닌가 싶네요. 이 부분은 아무래도 강민호가 진갑용보다는 좀 떨어지겠죠.
  • 장돌뱅이 2008/08/19 21:47 # 삭제 답글

    제가 비록 롯빠이긴 하지만,
    강민호와 진갑용이 별 차이없다고 선뜻 말하긴 힘드네요.

    그렇지만 진갑용 선수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면 코칭스태프에서 적절히 대응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일단 김경문 감독부터가 포수출신인데다가, 시즌초의 홍성흔 파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포수자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만약에 결선에서도 강민호가 나서야한다면 벤치에서 사인을 내거나하는 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겠지요.

    오히려 더 급한건 불펜포수를 누가 하느냐겠지요...그동안은 강민호,이택근으로 버텼는데...이택근 혼자서 독박 쓸 수도 없는 것이구요.
  • BigTrain 2008/08/20 08:56 #

    수비력의 차이는 제가 경기를 많이 못봐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기는 어려운데, 올시즌 타격성적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평가해본다면 리그에서는 '강민호>진갑용'이죠.

    글을 쓰다가 빼먹었는데, 대표팀이 메달을 따온다면 KBO는 죽다 살아난 샘입니다. 심판 배정, 훈련시간 배정, 불펜포수 제외 등 각고의 노력으로 대표팀을 훼방내는데 열심이었으니 말이죠. 진짜 언제 정신을 차릴런지...
  • 꼬깔 2008/08/20 10:17 # 답글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박경완 선수가 아쉬운... ㅠ.ㅠ 진갑용 선수는 삼성으로 가면서 오히려 잘 풀린 케이스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민호 선수가 젊다는 것이 약간의 걱정이 있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포수는 노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투수 리드 이외에도 야수의 조율과 같은 미세한 부분까지를 담당해야 하니까요. 아무튼, 이래저래 얘기해보았자 우리가 상대를 고를 수도 없고 부상 선수가 완쾌되는 것도 아니니 열심히 응원할 밖에요... :)
  • BigTrain 2008/08/20 19:41 #

    진갑용 선수는 두산에 머물렀으면 자리가 나질 않았겠지요. ^^;

    두 번 다 이겨서 금메달이면 대만족, 한 번만 이겨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렵니다. 재수없이 둘 다 진다 그래도 격려와 수고했다는 말을 듣기엔 부족함이 없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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